[한경포럼] 시리아, 한때 문명의 요람이었던…

입력 2015-09-08 18:1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 기회를 얻어 세계 최대 기업을 만들었는데 같은 나라의 다른 아이는 버려진 물건처럼 파도에 떠밀려 왔다. 그 아이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면 무엇을 이뤄낼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에 세계가 눈물짓던 지난주, 자신의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 사진과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설명을 올렸던 스위스 기업가가 한 말이다. 그의 트위터는 순식간에 1만회 이상의 ‘공유’로 지구촌을 달궜다. 천진난만했던 쿠르디의 고향과 잡스의 친아버지 잔달리가 태어난 곳은 지금 화염에 휩싸인 시리아의 격전지들이다.

2300만 인구 중 절반이 난민

한때는 고대 문명의 요람으로 손꼽히던 땅.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 강과 팔미라 유적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가진 ‘사막의 진주’. 이 나라 사람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페르시아, 로마의 문물로 번성했던 역사와 몽골, 오스만제국,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아픔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1945년 독립 후 희망에 들떴으나 운명의 여신은 고개를 돌렸다.

가장 큰 비극은 5년 전부터 시작된 피의 내전이다. 2011년 이후 사망자가 22만명을 넘었다. 절반 이상이 민간인이었다. 드럼통 폭탄 공격과 사린가스 살포로 희생은 더 커졌다. 혼란상을 틈타 세력을 키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까지 준동하자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긴 난민이 1160여만명. 전체 인구 2300만명의 절반이다. 이 중 400여만명은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로 떠났다.

제 코가 석 자라 국경을 닫는 나라가 늘어나자 이들은 목숨을 건 바다 횡단에 나섰다. 터키와 그리스,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선은 자주 침몰했고 에게해와 지중해는 이들의 피로 물들었다. 쿠르디와 두 살 위의 형,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문명의 발상지에서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시리아. 이 나라 사람들의 눈물은 언제쯤 마를까. 지금으로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4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뿌리 깊은 부족 갈등과 종파 분쟁, 사회주의 체제의 미숙한 경제, 외세 간의 힘겨루기라는 네 요소가 맞물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부자세습·사회주의·최악경제

군사 쿠데타에 이어 부자가 세습하며 40년 이상 집권 중인 현 지배층은 전체 인구의 13%인 소수 종파다. 73%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반군 편이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요르단 등이 반군을 지원하고 시아파인 이란과 레바논 등이 정부군을 편들자 사정은 더 복잡해졌다. 미국과 영국 등이 반군, 러시아와 이란 등이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급기야 ‘작은 3차대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사회주의의 저효율 저성장 문제가 고질인데다 뚜렷한 제조업이 하나도 없다. 6000만원만 내면 군대도 면제해주는 부패 천국이기도 하다.

1966년부터 단독 수교한 북한은 3차 중동전쟁 때 조종사·탱크병 등 530명을 보낸 군사 우방이다. 우리가 KOTRA 사무소를 열면서 수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수많은 쿠르디와 그 형제들은 바다로 향하고, 유프라테스 강물은 붉게 물들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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